사막에는 모래가 넘쳐난다. 물이 없어서 죽는 땅에 모래는 무한하다. 그런데 그 모래로 물을 저장하는 댐을 지으면 안 될까?

안 된다. 사막 모래는 입자가 너무 곱고 둥글어서 물이 통과하지 못한다. 거대한 진흙 구덩이가 될 뿐이다. 그래서 물을 모래 속에 가두는 샌드댐을 지으려면 먼 곳에서 강모래를 사 와야 한다. 공사비의 60% 이상이 모래 운송비다. 물이 없어서 죽는 곳에, 모래를 사올 돈도 없다.

현지에 널린 공짜 사막 모래를 쓸 수만 있다면 비용은 1/5로 줄어든다. 가능할까?

오아시스 펠릿 샌드댐 개념도


쓸모없는 모래를 인공 왕모래로 바꾸는 법

사막 모래를 강모래처럼 굵고 단단하게 만드는 성형 기술을 고안했다. 이름은 오아시스 펠릿(Oasis Pellet). 레시피는 이렇다.

  • 사막 모래 95%
  • 리그닌 — 제지 공장에서 버려지는 부산물. 나무의 접착 성분이다.
  • 시트르산 — 귤, 레몬에 들어 있는 식품 첨가물. 경화제 역할을 한다.
  • 태양열 — 사막의 뜨거운 햇볕으로 굽는다. 화석연료가 필요 없다.

이 재료들을 섞어 지름 5~10mm 구슬로 만들면, 물이 자유롭게 통과하는 인공 왕모래가 탄생한다.

먹을 수 있는 재료들이라 식수원에 써도 안전하다. 시트르산 가교 결합으로 물에 녹지 않는 천연 플라스틱 성질을 갖는다. 700도 가마도, 복잡한 화학 공정도 필요 없다. 섞고, 뭉치고, 사막 햇볕에 말리면 끝이다.


3층 하이브리드 구조

펠릿만 채워 넣는 것이 아니다. 구조 안정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잡기 위해 3개 층으로 나누어 시공한다.

1층: 바닥 — 물 한 방울도 새지 않게

사막 모래에 석회와 포졸란을 섞는다. 고대 로마 콘크리트 배합의 응용이다. 물속에서 더 단단해지는 수경성 반응으로 완벽한 방수층을 형성한다. 댐의 기초이자 바닥 밀봉이다.

2층: 중심부 (90%) — 거대한 청정 물탱크

오아시스 펠릿이 전체 부피의 90%를 차지한다. 굵은 펠릿 사이의 넓은 공극에 깨끗한 물이 저장된다.

핵심은 위아래가 막힌 혐기성 환경이다. 산소가 차단되면 미생물이 리그닌을 분해하지 못한다. 썩지 않고 수십 년간 유지된다.

3층: 최상단 (10%) — 산소 차단 뚜껑

외부에서 조달하는 유일한 자재. 강모래와 자갈로 상단 30~50cm를 덮는다. 세 가지 역할을 한다.

  1. 산소 차단 — 아래쪽 펠릿 층의 부패를 방지한다.
  2. 무게추 — 홍수 시 가벼운 펠릿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눌러준다.
  3. 필터 — 외부 오염물질을 1차로 걸러준다.

전체 자재의 90% 이상을 현지에서 조달한다. 비싼 외부 모래는 뚜껑용 10%만 있으면 된다. 같은 예산으로 댐을 5배 더 지을 수 있다.


30년 뒤, 댐이 숲이 된다

이 기술의 진짜 반전은 수명이 다한 뒤에 일어난다.

오아시스 펠릿의 수명은 약 20~30년이다. 댐을 해체하면 리그닌 펠릿은 서서히 분해되어 **부식질(Humus)**이 된다. 사막의 모래가 식물이 자랄 수 있는 비옥한 흙으로 변하는 것이다.

쓸모없던 사막 모래가 물탱크가 되고, 물탱크가 숲의 토양이 된다. 산업 폐기물(리그닌)과 사막 모래가 만나 생명수를 만들고, 마지막에는 숲으로 돌아가는 순환.


어디에 쓸 것인가

아프리카, 중동, 몽골. 건조 기후 지역의 ODA 사업에 적용할 수 있다. 트럭 몇 대 분량의 이동식 설비로 현장에 가서, 현지 모래로 현지 댐을 짓는다. 에너지는 사막이 준다.

기존 샌드댐오아시스 펠릿
모래 조달원거리 강모래 100%현지 사막 모래 90%
운송비 비중60% 이상10% 이하
예상 비용기준60~70% 절감
에너지중장비태양열 건조
수명 후모래 잔해비옥한 토양

기술은 단순하다. 재료는 현지에 있다. 필요한 건 실증하는 첫 번째 댐이다.